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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상에 곤충은 식물과 동물을 합친 수보다 많다고 하는데 그들의 생태는 인간에게 많은 가르침을 주어 인간성을 찾는 표본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곤충마다 사람이 느끼는 이미지는 다르다. 평화를 상징하는 것과 악마를 상징하는 것 또는 사랑과 그리움, 효와 불효의 상징적 이미지를 갖기도 하고 부정적인 인식을 가져다주는 곤충도 존재한다.
그런 여러 종류의 곤충 중에 잠자리를 보자. 잠자리는 안정과 편안함을 주는 몇 안 되는 곤충으로 누구나 마주한 순간에 근심을 잊게 되고 아늑한 안식을 준다. 어린아이나 어른들 가릴 것 없이 가만가만 다가가 붙잡고 싶은 동심에 빠지게 하고 우아하게 날아가는 모습에 시선을 빼앗기고 만다.
그러나 이 같은 겉모습과는 달리 잠자리의 생태와 속성을 보면 정반대로 과연 그럴까 하는 의구심에 빠지게 한다. 잠자리는 물속에 알을 낳고 애벌레로 부화하여 우화 할 때까지 물속에서 살아가는데 수많은 물고기 치어나 올챙이 또는 개구리까지 포식하는 포악한 육식 곤충이다. 일생 동안 잡아먹는 먹이의 숫자는 천 마리가 넘는 물속의 악마다. 보이지 않는 물속에서 잔인함을 감추고 우화하는 이중성을 가진 곤충인 것이다.
그뿐이 아니다. 우화 한 후의 생태를 보면 가장 주목되는 부분이 눈이다. 자그마치 2만8천 개의 눈을 가지고 사방을 경계하고 자신이 바라는 목적을 이룬다. 철저하게 겉을 속이려고 그 많은 눈을 가지고도 앉을 때는 긴 빨랫줄에 앉지 않고 바지랑대 끝이나 갈대 끄트머리에 의젓하게 앉는다. 그야말로 욕심이 많고 악마적인 기질은 뒤에 감추는 곤충이다. 겉모습만 보고 판단해서는 안 되는 이중성을 가진 곤충이나 동물은 의외로 많다. 우리가 전부를 모르기 때문에 그냥 스쳐 지나갈 뿐이다.
그런 잠자리에 비견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지도자라고 나서는 정치인들이다. 정치인의 최대 덕목은 솔직함에 있으나 그것을 알면서도 사람을 속여 원하는 곳에 다다르려는 욕심이 앞서는 게 정치인이다. 무조건 선한 모습을 보여야 하고 사람 중의 사람인 것처럼 보이려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이번 지방선거에 나서는 인물 중에 약 30%가 전과가 있고 세금 체납에 음주운전 등 자격이 미달되는 후보가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개인의 치부와 부도덕한 행위를 철저하게 감추고 소속된 정당에 누가 되는 것을 알면서도 일시적으로 속임수를 쓴 것이다.
잠자리의 포악성은 물속에 감춰져 있어 보이지 않는다. 또 눈의 숫자를 그렇게 많이 가지고도 못 보는 척하고 평화의 상징인 듯 행동하며 다른 곳을 보며 아무런 파동을 일으키지 않고도 먹이를 낚아채는 모습을 과연 어느 누가 알아보겠는가. 그만큼 철저하게 속임수를 쓰는 잠자리는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자신의 과거를 숨기든가 또는 탈을 쓰고 변명하는 정치인을 닮았다.
인간이 추구하는 모든 정책과 일상은 나날이 발전한다. 개인의 창의력과 공동의 협동심이 평안을 얻기 위하여 그렇게 만들어간다. 하지만 유독 뒤처지는 것은 정치인들이다. 그것은 개인의 일탈이기보다는 공동의 협치를 깨트리기 위한 독으로 사람 사회에 가장 큰 장애물이다.
자신을 아는 것은 자신뿐이다. 하지만 남을 속이기 위하여 자신을 속이는 행위는 금방 들통이 나고 파멸의 길로 가기 마련이다. 그것을 어떻게 방지하느냐에 따라 나라의 운명이 결정된다. 유권자들이 나서야 한다. 속임수를 쓴다든가 허무맹랑한 공약으로 현혹하려는 후보는 정당과 인물을 떠나서 과감히 도태시켜야 한다. 이번 선거에서 잠자리 같은 생태를 가진 후보가 당선되는 일이 없도록 유권자의 판단이 절실히 요구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