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4―8일 오전, 기자는 부천시의회 기획재정위원회 사무실에 앉아있었다. 부천시의회 본회의가 10시에 시작되는데 가장 관심 사항은 부천여성축구단 관련 예산과 부천문화재단 박두례 상임이사의 해임촉구 결의안이었다. 둘 중에 보다 관심을 가진 것은 박 상임이사의 해임촉구결의안.

본회의가 시작하기 전 몇몇 의원들과 어떻게 될까라는 애기를 나누었다. 원안가결될 수 있다는 생각도 해보았지만 반대의견에 따른 표결도 예상했다. 당연히 표결했을 경우의 수도 생각했다. 기획재정위 간사인 변채옥 의원이 기획재정위의 안건심사보고와 함께 박두례 상임이사의 해임촉구결의안이 본회의에 상정됐다.

이후 다른 의원들의 이의가 제기되지 않았다.예상보다 너무 싱겁게 해임촉구 결의안은 통과됐다. 이로써 부천시의회는 홍건표 부천시장에게 박두례 상임이사의 해임을 공식 권고한 것이다. 해임의 문제는 전적으로 홍 시장에 달려있다.지켜보고 있을 뿐이다.

#장면5―그런데 모 지역신문에 해임촉구결의안과 관련해서 보도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홍 시장은 "아직 아무런 수사결과(박두례 상임이사와 관련해 진행중인 수사)가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부천시의회가 왈가왈부 하는 것에 대해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수사결과를 지켜 본 뒤 최종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예상못한 것은 아니었다. 기자뿐이 아니라 해임촉구를 결의했던 의원들 모두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형사소송법 제310조에는 '피고인의 자백이 그 피고인에게 불이익한 유일한 증거인 때에는 이를 유죄의 증거로 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유죄의 심증을 얻었다 할지라도 보강증거가 없으면 유죄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럴때 법관은 무죄를 선고한다. 심증은 가지만 증거가 없으면 처벌할 수 없다는 해석이 가능해진다. 이건 법적인 문제다. 그렇지만 정치인들과 고위인사들,아니 공인의 범주에 포함되는 인사들은 무슨 혐의가 있거나 의혹이 불거지면 국민들로부터 유죄판결을 받게된다.위장전입만으로도 어느 직에 앉지 못하고 낙마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명백한 증거가 있는 유죄의 죄를 저질러 법관은 유죄를 판결했어도 당사자가 깊이  반성하거나 참회할 경우 국민들은 용서를 하게 된다. 이런 것을 두고 일명 '국민정서법'이라고 표현한다. 법의 잣대를 떠나 국민 정서에 맞지 않는다는 것.

홍 시장 주장대로 박두례 상임이사에 대한 의혹들이 사실로 증명되지는 않았다. 기자 역시 각종 의혹들에 대한 사실 여부를 모른다. 심증과 의혹만 있을 뿐 구체적인 증거는 아직 없다.하지만 일부 의혹들에 대해서는 사실로 드러났다. 가장 최근에 말썽이 일었던 사기혐의 피소는 현재 수사중이어서 의혹만 일고 있을 뿐이다.

#장면6―그래서 홍 시장에게 훈수(?)하고 싶은데 통할지 모르겠다. 매번 홍 시장은 첨예한 문제가 발생할 경우 시의회가 시정을 발목잡는다고 큰 소리 쳐왔다. 어떤 때에는 불순한 의도의 정략적인 정치공세라고도 했다.이번 박 상임이사의 해임촉구결의안도 그런지 우선 묻고 싶다.

그런데 이번만큼은 아닌 것 같다. 한나라당 소속의 모 의원은 기자에게 "결의안을 반대할 의원이 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라고 했다. 명분이 있었다는 애기다. 결의안의 내용대로 어떠한 변명이나 논리로도 정당화 되지 않았고,정당의 정치적 이해관계로 해석되지도 않았다.

인사권자의 고유 권한을 침해해서는 안된다. 침해할 의도가 있는 것도 아니다. 수사결과에 의존할 필요는 없다.앞서 말한대로 법의 잣대로 판단되어질 문제는 아니다. 부천시민의 대의기관인 시의회의 해임촉구는 부천시민들의 정서를 대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