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문화원이 제18대 신임 이사를 선임하는 과정에서 이사회 의결을 거치지 않고 선임했다가 일부 이사들의 반발로 뒤늦게 이사회 의결을 거쳐 신임 이사를 선임해 말썽이 되고 있다.

심지어 정관을 무시한 채 이사를 선임해놓고도 원장을 비롯해 일부 이사들이 총회의 인준을 거쳐 문제가 없으니 덮고 가자는 주장으로 일관해 비난을 사고 있다.

부천문화원은 9일 부천문화원에서 정영광 원장을 비롯해 이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이사회를 개최하고 이사들의 등기 등재 여부와 신임 이사 선임, 임원규정 정관 변경, 사무국장 직책수당 등 그동안 제기되어왔던 문제들과 업무의 집행에 관한 사항들에 대해 의결했다.

 

▲ 부천문화원이 9일 부천문화원에서 이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최의열 문화원 사무국장의 사회로 이사회가 열렸다.

 

이날 이사회에서 29명의 이사 중 원장이 지명한 신규 9명의 이사 중 회원이 아닌 외부인사 6명의 자격을 놓고 논란이 일었다.

 

A모 이사가 정관 제13조 4항 규정에 따라 원장에 의해 지명된 임원은 본인 동의 및 이사회 인준을 거쳐 선임하도록 규정되어 있는데도 이사회 인준 절차를 거치지 않아 이사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정 원장은 당시에 이사회가 파행되어 총회의 인준을 받아 문제가 없다며 이사회 의결 없이 선임한 것을 이해해달라며 얼렁뚱땅 그냥 넘어가자는 식으로 일관했다. 정 원장은 총회에서 임원선출을 의결할 수 있기 때문에서 총회에서 인준을 거친 이사들의 자격에 문제가 없음을 강조했다.

하지만 A 이사는 물론 B모 이사까지 가세해 “정관을 무시한 채 선임된 이사는 이사로서 자격이 없다”면서 “나중에 이사의 자격을 놓고 또다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니 이번에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 이사를 선임해야 한다”고 맞섰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C모 이사는 신규 이사의 선임을 놓고 “문제 제기한 것이 부끄럽다”며 정관을 무시한 이사 선임에 대한 문제 인식을 제대로 하지 못해 이사로서의 자격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논쟁이 계속되자 D모 이사가 “절차를 생략한 것은 맞다”며 이사회 의결을 거치지 않고 총회 인준으로 이사를 선임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인정하고 “말썽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정관대로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D이사는 이 같은 주장에 앞서 “이번에는 넘어가고 정관개정을 통해 다음부터 정상적으로 하자”고 제안했다가 비난을 사기도 했다.

신임 이사로 이사회에 첫 참석한 변호사 출신의 E이사는 발언 기회를 얻어 개인적인 의견임을 전제로 “총회에서 인준되었으면 이사로서 하자가 없다”고 주장했다. 총회가 최고의 의사결정기구라는 주장이다.

 

이사의 자격을 놓고 설전을 벌인 후 결국 이사회의 의결을 거치지 않은 채 인준된 신임 이사들에 대한 인준절차를 곧바로 거치자는 제안에 따라 찬반 투표를 벌여 찬성 10표, 반대 2표로 6명의 신임 이사를 인준했다.

 

신임 이사들에 대한 인준은 곧바로 실시하자는 제안이 있자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했던 A이사 등 일부 이사가 퇴장해 인준과정에 정족수를 채웠지만 파행을 빚었다. 하지만 신임 이사의 인준 과정에서 개별적인 인준 절차를 거치지 않고 원장이 지명한 6명의 신임 이사를 한꺼번에 인준해 비상적인 이사 인준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또 이날 제17대 감사를 비롯한 일부 이사의 해촉에 대해서도 이사들 간 설전이 있었다.

 

B이사는 “이사 중에 선출된 감사는 2년의 임기가 끝나면 이사로 자동 복귀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일부 이사들은 “감사는 선출직으로 임기가 만료되며 본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이사도 끝난다”고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이 같은 주장에 정 원장은 “감사 임기가 만료된 전임 감사 2명을 이사로 모시지 못한 부분에 대해 사과한다”고 밝혀  일단락됐다.

 

이날 문화원 각종 사업 발주와 관련해 부천시로부터 이사들에 대한 수의계약 지양 권고가 있어 공개입찰을 통해 사업을 발주하기로 했다.

 

18대 원장 선거를 놓고 파행과 말썽으로 얼룩진 부천문화원이 신임 원장 선출 후 처음 열린 이사회는 일관성과 객관성이 없다는 지적과 함께 정관마저도 부인하는 엉터리 이사회였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사의 자격을 놓고 정관규정대로 절차를 지키자는 합리적인 주장에도 불구하고 덮고 가자는 식의 비합리적이고 비상식적인 의견 등이 이사들 간 끊임없이 전개될 가능성이 높아 이사회에 대한 근본적인 체질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심지어 이번 이사회를 통해 그동안의 대립과 갈등이 봉합되기는커녕 이사회 안건에도 없는 이사 인준절차를 파행적으로 진행시키는가 하면 “원장 되고 싶어서 된 사람이 아니다”, “해촉된 일부 이사들의 경우 문화원에 폐를 끼친 사람들”이라는 등의 노골적인 발언을 내뱉고 이사들 간 불협화가 지속될 가능성이 많아 끊임없는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F이사는 “잘못된 것을 도려내고 정상적으로 가야 하는데도 계속 덮으려고만 하고 있다. 생각도 없고 개념도 없다. 엉터리 이사회로 이사로 활동하는 것이 부끄럽다”고 씁슬해했다.

 

한편 제18대 신임 이사는 부천연예협회 김경곤 고문, 김서영 피부과 김서영 원장, 우쿨렐레 아카데미 김승인 대표, 서도소리 부천전수관 김진무 관장, 법무법인 부원 김학무 변호사, 생환문화협동조합 이춘산 이사, 향림사 정상우 주지스님, 순천향병원 조규석 외과과장, 부천문화원 조영희 강사 등 9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