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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병국의 의정일기-"나는 네가 4년 전에 한 일을 알고 있다"

 

108대 0, 96대 0, 30대 0. 운동경기에서 이런 일방적인 스코어가 나오기는 어렵다. 이런 정도로 수준차가 나는 경기는 아예 성사가 되지도 않을뿐더러, 상대방의 실력을 잘 모르고 경기를 하게 됐다손치더라도 경기 중에 점수차가 크게 벌어지면 약자가 경기를 포기하거나 콜드게임으로 처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스코어들은 무엇일까? 바로 2006년 4대 동시 지방선거에서의 수도권 시·도의원 지역구 선거 결과다. 108대 0은 경기도의회, 96대 0은 서울시의회, 30대 0은 인천시의회다. 여기서 앞은 모두 한나라당 당선자 숫자이고 0은 다른 모든 정당을 합한 당선자 숫자다. 이런 일방적인 결과가 나왔는데도 이 경기는 정상적으로 진행이 됐다.

 

2006년만 그런 것이 아니라 2002년 3대 선거, 1998년 2대 선거에서도 일방적인 결과가 나왔다. 2002년에는 경기, 서울, 인천 순으로 84대 10, 84대 7, 23대 2였다. 앞이 한나라당 당선자 숫자다. 1998년 2회 선거에서는 새정치국민회의 대 한나라당의 스코어로만 보면 61대 18(경기), 78대 15(서울), 20대 4(인천)로서 일방적이기는 마찬가지였다. 1대 선거에서는 경기도에서는 여야 비슷한 당선자를 냈지만 서울, 인천은 역시 일방적인 결과였다.

 

영남이나 호남에서 특정정당이 싹쓸이하는 것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일이지만 다양한 사람들이 모인 수도권에서 이런 결과가 나오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바로 소선거구제 때문이다. 1위 후보만 당선되는 소선거구제 하에서는 '정치풍향'에 따라 일당 싹쓸이가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한 선거구에서 2~3인을 선출하는 기초의원 선거에서는 이런 일방적인 결과가 나오기 어렵다. 기초의원 정당공천제가 처음 시행된 2006년 부천시의원 선거에서 한나라당은 16명, 열린우리당은 10명의 당선자를 냈다. 11개 선거구 중 특정정당이 독식한 경우는 단 한 곳에 불과했다. 소선거구제였던 도의원 선거에서는 한나라당이 8개 선거구를 싹쓸이했지만 시의원 선거에서는 그렇게 안 된 것은 선거제도의 차이로밖에 해석할 수 없다.

 

특정정당만으로 구성된 의회가 정상적이고 건강하게 작동할 리가 없다. 절대다수를 점하는 정당이 자치단체장이 소속한 정당과 같다면 의회는 무사통과 통법부가 될 것이고, 반대의 경우라면 자치단체장이 소신껏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을 것이다. 경기도의회가 무상급식이나 교육국신설 문제를 다루는 과정이나, 국회가 미디어법 처리하는 것을 보면 그 폐해를 명백히 알 수 있다.

 

지금 기초의원 선거를 소선거구제로 환원하려는 사람들이 있다. 시·도의원 선거, 국회의원 선거가 모두 소선거구제인데 기초의원 선거만 중선거구제로 치러지고 있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논리도 거론된다. 만약 이 때문이라면 도의원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를 중선거구제로 바꾸면 될 일이다. 한 정당이 싹쓸이할 수밖에 없는 선거제도는 누가 봐도 불합리한 것이기 때문이다. 마침 대통령도 이 문제를 거론했다.

 

선거제도를 고민한다면 소선거구제 환원 논의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이 있다. 기초의원 4인 선거구를 환원하는 일이 그것이다. 4인 선거구를 2인선거구 2개로 분할하는 권한을 가진 광역의회들은 반대하는 시민들을 피해 이를 의결하려고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버스 안에서 변칙 의결하기도 하고, 야밤에 몰래 의결하기도 했다. 소수정당이나 무소속의 기초의회 진출을 가로막고 여야가 사이좋게 의석을 나눠 갖겠다는 수작이다. 일당독식 의회들이 할 수 있는 일 같지는 않지만 시민들이 모두 나서서 '나는 네가 4년 전에 한 일을 기억하고 있다'고 말하면 혹시 되돌릴 수 있지 않을까?

기사등록 : 2009-09-21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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