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은 건물 내부는 물론 옥상, 주차장 등 부지 전체가 금연건물이다. 별도의 흡연실을 설치할 수 있다.

 

청와대와 국회, 중앙정부 기관에도 흡연실이 있다고 한다. 부천시의회 모 의원이 시의회 옥상과 옥외에 흡연실 설치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새부천신문이 이 같은 흡연실 설치 언급을 놓고 ’공공기관이 금연시설임에도 이를 전혀 고려치 않은 정말 xx한 발언’이라고 꼬집었다.

 

이 보도가 나간 후 의회 홍보실의 항의성 전화가 있었다. 그리고 나서 해당 발언을 했던 의원이 신상발언을 했다. 자신과 의회 의회운영위원회가 조롱과 희화화 대상이 됐다고 했다. 개인적인 모멸감도 느꼈다고 했다. 공개적으로 언론의 보도를 ‘심히 유감’이라며 정면 반박했다.

 

충분히 그럴 수 있다. ‘XX한’ 발언이 통상적으로 아마도 ‘한심한’과 ‘무식한’으로 해석될 수 있어 충분히 모멸감을 느낄 수 있었을 수 있다. 언론이 이를 또 다시 반박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신상 발언 역시 ‘XX한’ 발언이라 생각했을 것이 뻔하다.

 

모 언론에서 이를 계기로 부천시청사 옥상에서의 공무원 흡연을 소환했다. 부천시장이 옥상에서 흡연한 사실도 거론했다. 이제는 시장을 비롯한 공무원들의 옥상에서의 흡연의 적절성 여부가 논란이 되고 있다. 공공건물의 옥상도 금연구역이다. 이를 위반하면 과태료 대상이다.

 

담배는 술과 함께 인간의 기호품이다. 아마도 인류에 가장 해악을 끼치는 기호품인지 모른다. 필자도 대학시설부터 담배를 피웠다. 기호품이라는 이유로 끊고 싶은 생각도 없었다.

 

우스갯소리로 ‘식후 3초 이내에 불흡연하면 우연병득하여 객사할 팔자’라고도 했다. 그만큼 식후의 담배 한모금은 애연가들에게는 어떤 식품보다도 삶의 우선 가치였다. 담배를 한 대 피우고 나면 오장육부가 기뻐하는 것 같았다.

 

잠에서 깨어나서 곧바로 피는 한 모금의 담배는 상상 이상의  기쁨과 행복을 준다. 뿜어내는 담배연기는 어떤 향수보다도 향기로웠다. 일부는 편두통 등 민간요법 치료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골초와 애주가들의 술과 담배에 대한 예찬은 차고 넘쳤다.

 

이런 담배가 애물단지가 됐다. 집에서는 물론 사무실에서도 담배를 피울 수 없다. 향수 같았던 담배 냄새가 조금이라도 풍기면 당장 민원이 제기된다. 위반하면 경범죄로 2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흡연가들이 설자리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자신의 건강을 해치는 해악을 남이 간섭할 이유는 없다. 기호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원, 버스승강장 등 금연구역에서 누군가가 담배를 핀다면 눈살이 찌뿌려진다. 시비를 걸 수도 없고 참으로 몰상식하다는 자조만 나온다. 금연구역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 사람들도 많다. 담배연기를 간접적으로 맡고 있는 사람들은 고통스럽기까지 한다. 항의하면 도리어 화를 당할 수도 있어서 괴롭지만 그냥 지나친다.

 

부천시의회 옥상에 흡연실을 설치할 것을 공개적으로 요구하여 언론의 비판과 비난의 대상이 된 것이 정말 억울할까. 좋다.

 

국가건강증진법상 별도의 흡연구역을 지정할 수 있도록 했다. 꼭 설치해야 하는 강제규정은 아니다. 흡연자들의 편의를 위해 흡연실 설치도 충분히 검토할 수 있다. 그렇다고 시민의 예산을 들여 담배피는 공무원들을 위한 편의시설을 설치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분명 시청사 1층 공간에 흡연 부스가 설치되어 있다. 담배를 피고 싶으면 설치된 흡연실을 이용하면 된다. 현재 설치된 흡연부스도 시예산으로 설치한 것이 아니고 누군가의 기부에 의해 설치된 걸로 알고 있다.

 

옥상이라 해도 당연히 시의 시설물이다. 공무원들이 자신들이 좋아하는 취미활동을 위해 특별한 공간을 만들어달라고 하면 만들어주어야 하는지 묻고 싶다.

 

신상 발언을 한 모 시의원은 자신은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고 했다. 흡연 공무원들의 최소한의 권리를 찾고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상호 공존하는 환경이 이루어지면 좋겠다고 했다. 아무리 명분이 있는 발언이라 할지라도 소수의 명분보다는 대의적 명분이 있어야 한다.

 

청와대와 국회에도 있다고 했는데 부천시에도 있다. 또 다시 ‘XX한 신상발언’이라고 단정적으로 결론을 내리면 무례한 칼럼을 썼다고 또 다시 신상발언을 하게 될지 모르겠다. /오세광(전 경기일보 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