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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자비한 가지치기, 제발 내년부터 바꾸자"

최진우 박사의 진단과 전망… 가로수 제대로 된 보호와 보살핌 필요성 제기

장덕천 부천시장은 2018년 10월 11일 중앙공원 잔디밭에서 시민 400여 명과 ‘부천시장 시민과의 대화’를 나누었다. 당시 한 시민이 “수십 년 된 나무를 왜 강전정하냐!”고 지적했는데, 부천시장은 “내년부터는 녹지가 우거진 도시를 만들도록 노력하며 강전정을 하지 않겠다.”라고 약속했다. 그러나 그 이후에도 어김없이 무자비한 가지치기가 진행되었다.

올해에는 부천시민이 가장 아끼고 자랑스러워하는 중앙공원 느티나무 가로수마저 볼썽사납게 만들어 버렸다. 공공이 관리하는 가로수가 이런 정도니, 상가 앞과 아파트의 나무는 탐욕이 넘치는 무법천지의 세상에 처해있다. 과도한 가지치기는 부천뿐만 아니라 전국 어느 도시에서도 끊임없는 민원과 갈등이 벌어지는 문제이다.

올해 들어 ‘무자비한 가지치기’, ‘닭발 가로수’에 대한 국민의 공분이 많았다. 나무를 함부로 자르고 전봇대로 만들어 버리는 잘못된 관행은 토건개발이 만연된 예전부터 너무나 익숙하게 여겨져 왔는데, 이제야 그 문제점이 사회적으로 광범위하게 인식되기 시작되었다. 학대받고 있는 나무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마음도 더 불편해졌다.

큰나무를 스스럼없이 벤다는 것은 나무의 생명에 대한 몰인정과 야만성을 드러내는 것이다. 나무의 물리적인 몸집만 사라지는 게 아니다. 그 장소에서 나무가 있었기에 오랫동안 어우러진 도시경관, 나무와 함께 지내 온 수많은 사람과의 상호관계, 나무를 함부로 자르고 베어도 된다고 학습되어 우리 아이들의 생태감수성이 상실되는 것이다.

가로수는 우리가 집 문밖을 나서 가장 처음으로 마주하는 자연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연과 인간이 공생하는 도시를 만드는 일은 동네 가로수를 아끼고 보살피는 시민의 마음과 행동에서부터 시작된다.

가로수는 우리에게 아름다운 풍치를 주어 마음을 즐겁게 한다. 더운 여름에는 그늘을 주어 시원하게 해준다. 자동차가 많은 도로의 소음을 줄이고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물질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다. 그리고 단절된 도시녹지를 연결하여 생물다양성을 증진하는 등 도시에 꼭 필요한 그린인프라이다. 그래서 가로수에 대한 제대로 된 보호와 보살핌이 필요하다.

나무를 함부로 자르지 않고 잘 관리한다면 도시민에게 돌아갈 혜택이 훨씬 더 많다. 나무가 건강해야 하고 나뭇가지와 잎이 많이 달려 있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 주변의 가로수를 살펴보면 매년 가혹할 정도로 과도하게 가지가 잘리고 있다. 상가 간판을 가린다며, 전선을 보호하겠다며, 너무 크게 자라 쓰러질 우려가 있다며, 도로 확장을 위해서, 열매가 떨어지고 냄새가 불쾌하다는 이유로 나무와 가지가 잘려 나가고 있다.

나무가 아마 말을 할 수 있었다면, 우리는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아니라며, 사람들을 엄청나게 원망하고 저주할 것 같다.

나무의 존엄성을 보장해주고 고유의 성장방식과 특색을 배려해줘야 한다. 지자체마다 가로수 관련 조례가 있고 기본계획이 수립되어 있는데 별 소용이 없다. 대개 공무원들은 나뭇가지를 강하게 잘라달라고 하는 민원이 많아서 어쩔 수 없다고 한다. 우리 사회의 슬픈 현실이다.

‘나무가 온전하면 좋겠다, 마음이 아프다’라고 느끼는 다수의 시민은 6%에 불과할 정도로 침묵하는 반면에, 나무를 잘라달라는 소수는 강력하게 요구하며 공무원을 압박한 결과이다. 나무와 숲은 좋지만 내 집과 내 가게 앞에 나무가 크게 자라면 불편하다는 위선과 탐욕이다. 싸그리 없애고 새로 개발하는 토건개발 방식에서 만연된 자연과 생명체를 존중하지 못하고 있는 우리 사회 멘탈리티의 자화상이다.

그 동안 나무가 잘리고 베어지는 행위에 마음이 불편하고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시민들은 적극적으로 호소하지 않고 마음으로만 안타까워했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커지고 있다.

우리는 닭발 나무, 몽둥이 나무를 일상적으로 보고 있어, 나무가 저리되어도 잘 사는 것처럼 오해하고 있다. 나무 생리에 대한 오해이자 무지이다. 이는 나무를 관리하는 공무원과 기술자들의 자기 합리화에 따라 잘못 알려지게 된 책임이 크다.

강전정을 해도 끄덕없는 나무는 없다. 나뭇가지의 25% 이상을 자르면 스트레스를 이겨내기 어렵고 나무의 건강에 치명적이라고 밝혀졌다. 나뭇잎이 많고 나무가 건강해야 나무의 아낌없는 혜택을 기대할 수 있다. 실제 미국국가표준협회와 국제수목관리학회는 가지의 25% 이내로 가지치기를 제한하고 있다. 풍성하게 자란 큰나무를 함부로 잘라서는 안 된다.

그런데, 산림청 ‘가로수 조성 및 관리규정’에는 가지를 얼마나 잘라야 하고, 얼마나 자르면 안 되는지에 대한 기준이 없다. 더군다나 처벌규정 등 제재할 수 있는 수단이 없어 제대로 지켜지지도 않고 있다.

서울시 마포구 녹지보전 조례에는 가로수를 비롯하여 도로변 사유지 수목의 강한 가지치기(나뭇가지의 1/3 이상)를 금지하고 있다. 그런데, 실제 마포구에 가보면 다른 도시와 마찬가지의 상황이다. 왜 그러냐고 마포구청에 물어보니 “상위법률에 명시한 규정이 없어 강제할 수가 없다”고 한다. 엄격한 법률과 광범위한 시민의식이 형성되지 않는 상태에서 조례로만 해결하기에 힘든 현실이다. 그리고, 관행적으로 마구 자르지 않으면 업체의 이윤이 남지 않는 잘못된 품셈과 산업구조도 문제가 많다.

그나마, 가로수는 공공의 영역에 심어져 시청과 자치구로부터 꾸준하게 관리를 받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공공의 기능을 담당함에도 사각지대에 놓인 아파트와 공개공지에 식재된 사유지 나무들이다. 이 나무들은 법적으로 사유재산이다. 경제적 효율성 측면의 관리비 절감과 불편하다는 일부 민원에 의해 과도한 가지치기를 하거나, 제대로 된 관리를 받지 못하여 나무의 품위가 손상되고 건강한 생육이 어려워지고 있다.

이곳에 나무가 풍성하면 대기오염과 미세먼지를 막아주고 더운 여름날 시원한 그늘을 드리워주고 정서적으로도 시민들에게 많은 역할을 제공한다. 나무를 함부로 대하면 결과적으로 주민들에게 돌아가는 환경적 혜택을 감소시키고, 주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는 ‘공유지의 비극’이 되어가고 있다.

아파트의 나무는 입주자 모두의 공유재산이고, 공개공지의 나무는 시민을 위한 공익적 목적을 위해 심어졌다. 사유지의 나무라도 도시의 중요한 자연인프라인 공공재의 성격으로 관리되어야 한다. 도시의 자연녹지는 감소하고 있고 공원녹지를 늘리기에는 한계가 있는 가운데, 공동주택 내 녹지와 수목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아지고 있다. 도시경관 및 주거환경의 품격과 가치를 고려하고, 공원녹지서비스 형평성과 관련된 시민의 기본권 확립 차원에서라도 이제는 공적지원과 공동관리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무자비한 가지치기 근절을 위한 여섯 가지의 제도개선 및 실행과제를 제안한다.

첫째, 국내 실정에 맞는 바른 가지치기 안내서가 제작되고 배포되어야 한다.

현재 가지치기에 대한 제대로 된 규정과 매뉴얼이 없다 보니, 이를 개선하고자 하는 사람들과 현장에서의 어려움이 많다. 강한 가지치기의 문제점을 분명하게 알려주고, 나뭇가지의 25% 이상 제거하지 않는 국제적 기준(국제수목관리학회)에 맞춘 적용기준이 마련되어야 한다. 마구잡이 전정이 아닌 구조전정, 클리닝, 복원전정, 축소전정 등의 가지치기 기법에 대한 구체적인 매뉴얼이 필요하다. 배전선로 구간은 완전 절연 케이블 설치를 확대하여 강전정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소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과도한 가지치기를 근절하는 법규가 마련되어야 한다.

산림청의 가로수 규정과 지자체 조례의 가지치기 기준은 너무나 허술하고 명확하지 않으며, 이마저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 명확한 양적·질적 기준이 제시되어야 한다. 아울러 법적인 강제적 수단을 확보해야 한다. 「도시숲 등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는 지자체의 승인을 받지 아니한 임의적인 가지치기 행위에 관한 처벌조항이 명시되어 있는데, 승인에 관한 기준과 승인과정에 대한 시민감시와 통제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또한, 사유지 나무의 제거와 가지치기에서도 ‘기준과 승인’ 절차를 도입하여 함부로 훼손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여기서 규제 측면으로만 접근한다면 사유재산 침해를 우려하는 시민의 저항을 받을 수 있다. 사유지 나무가 잘 유지·관리될 수 있도록 지자체에서는 적극적으로 컨설팅해주고 지원해주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셋째, 전문 기술자와 관리자를 양성하고 합리적인 용역대가를 산정해야 한다.

나무를 관리하는 모든 행위는 결국 현장 기술자의 손에서 만들어진다. 가지치기 전문기술에 관한 교육 및 자격제도를 운영하여 전문적으로 숙련된 기술자만 가지를 자를 수 있도록 제도화해야 한다. 나무 관리자를 위해 악성민원에 대응하고 기술자를 활용하는 방법을 교육하고, 수형관리 전문컨설팅 프로그램 운영도 필요하다.

나무 고유 수형에 맞게 적정하고 세심하게 전정하는 방식에 제대로 된 비용이 투입될 수 있도록 품셈기준을 개정해야 하고, 질적 관리를 위한 합리적인 예산의 편성과 효율적인 집행방식을 검토해야 한다.

넷째, 건강한 가로수를 위한 사전 예방적 관리가 필요하다.

문제시되는 위험목 제거에 집착하는 땜질 처방이 아닌 위험에 처한 근본적인 원인을 규명해야 한다. 해법을 찾기 위해 가로수 관리이력 DB를 구축하고 정기적인 수목 진단 및 평가작업이 필요하다. 잦은 강전정과 뿌리훼손에 대한 복원전정, 띠녹지 확대, 적지적수 정책 등의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나무가 살아가는 토양 및 식재기반의 개선도 중요하다. 최소 토양요구량을 충족하고, 빗물이 잘 침투될 수 있도록 마운딩을 금지하고, 뿌리의 정상적인 생육을 위해 방근대를 설치하고 꽉 쪼이는 보호덮개의 정비가 필요하다.

다섯째, UTC(Urban Tree Canopy)에 기반한 가로수·도시숲의 관리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얼마나 많은 나무를 심었느냐에 머무르지 않고 얼마나 풍요로운 나무로 성장하고 있는지에 대한 방향으로 관리목표가 전환되어야 한다. 선진국에서는 심은 나무를 건강하게 잘 자라게 관리해서 나무로부터 얻을 수 있는 혜택을 높이기 위해 나무의 수관층 면적 및 부피의 총량(Urban Tree Canopy) 지표를 사용하고 있다.

영국 런던의 도시숲 정책은 이 지표를 현재 21.9%에서 30%로 높이는 목표를 세웠다. 잎을 달고 있는 나무의 총량이 절대적으로 많아야 하고 수관의 면적과 부피를 최대한 늘려가야 한다는 뜻이다. 미국 산림청에서 개발한 i-Tree 프로그램을 활용하여 가로수와 도시숲의 생태계서비스 효과를 계량화해야 한다.

여섯째, 가로수·도시숲의 민관 공동관리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

현행 법률에서는 가로수 가꾸기, 옮겨심기, 제거 및 바꿔심기, 가지치기 등의 사항을 ‘도시숲등의 조성·관리 심의위원회’에서 결정한다. 주변의 30~40년 된 도시나무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에 대한 방향을 설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한정되고 편향된 거버넌스로는 여러 문제와 갈등을 해결할 수 없다. 주민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여 결정할 수 있는 민관협치 거버넌스를 구성하고 운영해야 한다.

나무가 복잡한 도시공간에서 친구 동료 가족이 되어 함께 살아가려면 시민들의 손길이 필요하다. 미국 뉴욕에는 가로수 온라인 지도가 있다. 나무 한 그루마다 생물학적 정보와 관리현황 및 생태적 혜택을 알려준다. ‘내 나무’를 등록해 여러 자원봉사 활동을 기록하고 사람들과 공유도 할 수도 있다. 시민들이 함께 나무를 돌보며 교류하고 소통하는 플랫폼 덕택에 마을공동체까지 활성화된다.

변화를 위한 시민들의 행동이 시작되었다.

지난 6~7월 시민참여 온라인플랫폼인 ‘민주주의서울’에서 ‘강한 가지치기, 어쩔 수 없는 걸까요?’라는 제목으로 한달 동안 시민토론이 진행되었고, 60명의 시민이 참여한 숙의토론회도 개최되었다. 법제도 및 시민인식 개선과 관련하여 많은 제안이 쏟아졌고 시민참여 프로그램에도 적극적인 의지를 보였다.

8월부터 서울시 마포구에서는 시민들이 가로수를 조사하여 온라인지도를 만들고 캠페인을 전개하는 가로수학교 모니터링단 활동이 시작되었다. 부천시에서도 9월부터 ‘미세먼지 시민정책가 양성교육’ 과정을 통해 시민들이 가로수 모니터링을 진행할 예정이다. 앞으로 시민들이 모니터링을 통해 미세먼지를 저감하고 쾌적한 부천을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가로수를 어떻게 건강하게 돌볼 수 있을지에 대한 따뜻한 관심과 공생의 마음을 확산시켜 나가기를 기대해 본다.

/ 최진우 박사(환경생태 연구활동가)

김양란 기자  sk816@naver.com
기사등록 : 2021-10-06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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