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10년 전만 해도 이혼 소송이 상속 소송보다 훨씬 많았는데 지금은 역전됐다. 내가 유언장을 안 써놨기 때문에 자식들이 자기 입장에서 유리하게 해석하고 싸우는 거다. 또 유언장은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정리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핵심은 남은 가족들에게 ‘고맙다, 미안하다, 사랑한다’는 표현을 하는 거다. 주위에 유언장 쓴 사람이 1%도 안 된다. ‘재산이라고 물려줄 것도 없는데…’라고 하지만 그렇지 않다. 평생 노력해서 얻은 집 한 채, 땅 몇 평도 소중한 것이고, 그걸 깔끔하게 잘 나눠주는 게 중요하다”며 유언장 쓰기가 웰다잉운동의 중요한 요소라고 지적했다.

원 전 의원은 “유언장을 매년 새로 쓴다. 일종의 세리머니다. 한 해를 정리하면서 ‘올 1년도 건강하게 무사히 행복하게 잘 살았구나’ 감사하는 거다. 그리고 재산이야 큰 변동이 없지만 생각이란 건 항상 바뀐다. 내 마음가짐의 변화를 써 보는 게 나를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유언장 쓰는 것에 너무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유언장 써보기 캠페인’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한번 써 보고 마음에 안 들면 찢어버리면 되고, 몇 년 뒤에 생각이 달라지면 고쳐서 쓰면 된다. 사회 경험이 풍부한 은퇴자들을 교육해 ‘웰다잉 지도사’ 같은 타이틀을 주고 유언장 쓰는 걸 돕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원 전 의원은 “내 유산의 10분의1은 사회에 돌려주겠다는 문화가 빠르게 확산될 거라는 기대감이 있다. 서양과 비교해 우리는 산업화가 늦었기 때문에 크든 작든 재산을 가진 사람이 많지 않았다. 베이비부머 백만대군들이 60~70년대 갖은 고생과 노력으로 집 한 칸이라도 갖게 된 첫 세대라고 할 수 있다. 그분들이 품위 있게 삶을 마무리하는 차원에서 이 운동에 동참하실 거라 기대한다”며 유산 일부를 사회에 기부하는 것도 참 좋다는 점을 강조했다.

원 전 의원은 “웰다잉 영역 중에서 유일하게 완성됐다고 보는 게 화장문화다. 90%가 넘게 화장을 한다. 이것도 SK그룹 최종현 회장님이 유언으로 화장을 지시하고, 500억원을 들여서 첨단 화장장 시설을 짓도록 한 헌신 덕분이다. 20년 전만 해도 상갓집에 가서 ‘화장하느냐’고 못 물어봤다”며 장묘문화가 매장에서 화장으로 바뀐 것이 고무적임을 설명했다.

그는 “웰다잉을 위해서는 가족의 역할도 큰 것 같다”면서 “우리는 죽음을 회피하는 문화가 있어서 자식들이 부모님께 유언장이나 연명의료의향서 쓰시도록 권유하는 걸 부담스러워 하는 것 같다. 그런데 제가 강연 다니면서 노인들께 물어보면 대부분 여기에 대해 개방적이고 긍정적이다. 연명치료 안 받겠다고 의향서 쓴 분들이 쓰러져서 병원에 가면 자식들이 막무가내로 연명치료를 원하는 경우도 많다. 평소에 충분하게 이해시키고 내 뜻을 존중해 달라고 당부하는 게 필요하다. 응급실에 실려간 노인 중 중환자실로 이송되는 비율이 싱가포르는 10%인데 우리는 70%나 된다”고 말했다.

그는 “한 해에 30만명이 사망하는데 사망 전 1년간 치료비가 인당 2000만원이 넘는다. 요양병원을 포함해 병상에 누워 있는 노인이 70만명인데 이들에게 들어가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장기요양보험 총급여는 11조가 넘는다. 이중 10만명이 연명치료를 받지 않겠다고 하면 연간 의료비 2조원이 절감된다. 또 연 100조 정도로 추정되는 상속액 중 10%만 사회기부로 돌릴 수 있다면 10조원이 모이고, 세금으로 할 수 없는 복지·문화예술·과학기술 분야 지원이 가능해진다"며 웰다잉이 국가 재정과도 직결됨을 강조했다.

이어 원 전 의원은 “문재인정부 때 여당 중진이었는데 ‘이거 누가 하는 거냐’고 물어볼 수 있었다.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이라고 했다가, 사회수석이라고 했다가, 나중에는 정책실장이라고 하는데 결국 똑 부러지는 담당이 없었다. 2005년에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출범했지만 인상적인 활동을 하지 못했다. 그나마 무게중심이 저출산에 맞춰져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