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북이 쌓인 담배꽁초, 널브러진 휴지조각, 변기에 묻은 오물, 풍기는 악취, 들어서는 순간 눈을 제대로 뜰 수 없을 정도로 강하게 밀착하는 암모니아가스 등 너무 불결해서 이용할 수가 없는 곳.

공중 화장실의 현 주소이다.

부천의 중심공원인 중앙공원의 화장실을 둘러 본 결과 재래식 변기와 좌변기가 혼재돼 있었다. 쾌쾌한 냄새가 진동한 화장실이 있는가하면 그런대로 깨끗한 화장실도 있었다.

 

▲ 칙칙하고 때낀 화장실의 변기와 세면대/부천시 제공

이 같은 공중 화장실을 부천시가 문화도시 이미지에 맞게 획기적으로 개선하기로 했다.

김만수 부천시장이 시정메모를 통해 공중 화장실에 대한 획기적 대책을 고민하겠다고 밝히자 시민들이 "화장실이 깨끗하면 사람 마음도 달라질 것"이라는 등의 다양한 제안을 했다. 변화된 공중 화장실의 모습을 잔뜩 기대하고 있다.

시는 이 같은 인터넷 민원을 정책으로 적극 반영해 내년부터 공원 등 오래된 화장실 55개 정도를 개선하는 등 점차적으로 개선해나가기로 해 주목되고 있다.

부천 관내 공중화장실은 총 801개이다. 공원, 지하철역, 공공기관, 학교 에 설치된 공공시설이 267개이며 나머지 534개는 주유소 등 건축법에 의한 건물내에 위치한 민간소유의 공중 화장실이다.

공원의 공중화장실의 경우, 조성한지 11년에서 20년이 경과한 시설이 전체 57%인 52개소로 다수를 이루고 있다. 이 시기에 조성된 전국의 모든 화장실이 그러하듯이 우리 공중화장실 또한 편리성과 디자인적인 요소라곤 고려하지 않는 오직 단순 기능성 위주의 화장실이 대부분이다.

 

실내에 있는 화장실은 비교적 쾌적하지만 지하철역이나 공원처럼 개방된 공간의 화장실은  재래식 변기가 상당수 있어 이용이 꺼려지거나 불편하고 지저분하여 가고싶은 생각이 없을 정도다. 시설개선이 시급히 요구되고 있는 것.

6~10년이 경과된 시설은 14%인 13개소, 5년 이내 시설은 20%인 18개소, 나머지는 20년이 지난 시설로 8개소가 있다.

 

▲ 부천중앙공원에 위치한 남자화장실 외부 전경.

▲ 중앙공원 족구장 옆에 위치한 화장실 내부 모습

 

시는 공원이나 재래시장, 문화시설의 공공시설 중 10년 이상된 노후된 화장실을 우선하여 연차적으로 리모델링해 환경을 대폭 개선하기로 했다. 여성용을 확대하고 수유실, 노약자, 장애인 등이 불편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시설을 꾸미고 화장실 회관은 만화도시 이미지를 살려 그림을 그려 넣기로 했다.악취예방을 위해 암모니아 가스 방지 시설을 설치할 계획이다.

특히 시는 화장실을 청결하게 유지하기 위해 공중화장실 담당 부서를 지정하고 최근 5년간 1억1천여만원에 불과한 화장실 유지·관리비를 대폭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또 내용이 불명확한 '시 공중화장실 설치 및 관리 조례'를 개정해 구체적 지침과 관리 방안을 만든다는 구상이다.

 

공중화장실, 시민 문화수준 가늠하는 척도

 

공중화장실은 그 지역에 살아가는 시민 문화수준을 가늠하는 척도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제수준이나 문화수준에 비해 크게 뒤떨어진 것 중의 하나가 바로 화장실 문화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1970년대 공동주택과 아파트 주거 형태가 본격화되면서 화장실은 세면의 기능과 함께 이용하는 대대적인 혁신이 일었고 획기적으로 개선됐다. 자동세척기까지등장하는 시대를 맞았다.

그렇지만 지역 문화수준의 척도로 기능하는 공중화장실은 여전히 만족스러운 단계에까지 이르지 못하면서 시민들로부터 불만의 대상이 되어왔다.

시민 이영숙씨는 "문화특별시 부천에 아직도 동네 공원에는 재래식 화장실이 있고 청소는 하는 듯한데 온갖 악취는 여전하여 매우 불쾌하다"며 "구도심 공중화장실부터 대대적인 변화를 시도해 달라"고 주문했다.

최근 들어 전국적으로 이 같은 공중화장실을 획기적으로 개선해 깨끗한 화장실로 변화시키는 바람이 일고 있는 가운데 부천시도 선진지역의 사례를 토대로 공중화장실에 대한 획기적인 변화를 시도 해 나가고 있어 시민들의 기대가 잔뜻 부풀어 있다.

공중 화장실을 이용하면서 겪는 불편과 불결, 불결함을 단계적으로 해소해 특색있는 공중화장실로 탈바꿈할려는 부천시의 정책은 이미 시작됐고 가시적인 성과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부천의 변화된 화장실은 어디

부천시 원미구 상동 한국만화영상진흥원 내에 위치한 만화박물관의 화장실은 온갖 만화 창조물로 가득, 전국의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다.

▲ 한국만화박물관내 화장실 외부 모습./사진= 부천시 제공

 

▲ 한국만화박물관 내 화장실 내부 모습. 온갖 만화창작물이 그려져 있어 이용시민들의 눈을 즐겁게 하고 있다./사진=부천시 제공

 

부천역 역사 내의 갤러리 화장실도 이용시민들의 찬사를 받고 있다. 이곳에는 박재동 화백의 작품이 화장실에 가득하다.  '손바닥 아트전'이라는 이름으로 작품 전시가 바로 이곳 화장실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한번하고 마는 전시회가 아니라 순회하며 진행하고, 정례적으로 새로운 작품으로 게시되고 있다. 특별한 '화장실 갤러리'로 자리잡고 있다. 소사국민체육센터 화장실도 화장실 개선의욕이 돋보이는 곳으로 평가받고 있다.

▲ 부천북부역 화장실에는 박제동 화백의 작품이 화장실에 가득하다.

 

부천시가 고민하는 화장실 정책은 무엇

경포대 해수욕장의 범선 화장실과 강릉 대관령의 우주선 화장실, 수원 화성의 연무대 화장실, 안산 상록보건소의 수유공간이 확보된 화장실, 기저귀 교체공간이 확보된 수원 해우재 화장실  등은 외관이 멋있고 독특하다. 수원 해우재 화장실의 경우 화장실 문화 전시관으로 전환돼 국내외 견학이 봇물을 이루어있을 정도로 인가가 높다. 이곳들은 이용시민의 편의와 위생을 고려하고 여성, 어린이, 취약계층까지 세심하게 배려하여 조성했다. 

 

▲ 경포대 해수욕장의 범선 화장실.

 

 

▲ 기저귀 교체공간이 확보된 수원 해우재 화장실.

▲ 수원 화성 연무대 화장실의 세면대 모습

 

▲ 수유공간이 확보된 안산상록보건소 화장실.

한 시민이 제안했다며 김만수 시장이 시정메모에 밝힌 부천시 공중화장실의 나아가야 할 방향은 화장실에 들어서자마자 진항 향기가 코를 즐겁게 하고 꽃병과 그림 한 점이 눈을 즐겁게 하며, 흘러나오는 음악 한곡이 귀를 즐겁게 해주는 그런 화장실. 문화공간으로써의 이런 화장실을 염두에 두고 있다.

이를 위해 시는 우선적으로 전문적인 청소시스템 구축 등 단계적으로 가능한 것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불쾌한 냄새 해소대책도 마련했다. 화장실 특유의 냄새를 없애기위해 암모니아 가스 방지 부품을 설치하기로 했다. 현재 시범 설치 운영한 결과 90% 이상의 냄새제거 효과를 보고 있는 등 화장실 분위기가 달라졌다. 원도심, 구도심 공중 화장실부터 점차적으로 리모델링을 본격화해 나갈 계획이다.

신규시설이나 리모델링 시설에는 내·외부 특색 있는 디자인을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예산 부분은 화장실 개선에 기업의 사회환원 사업과 연계해 추진을 검토하고 있다.

부천시의 공중화장실이 어떻게 재탄생될지 많은 시민들은 주목하고 있다.

 

화장실 환경개선과 함께 성숙한 시민의식도 중요

하지만 아무리 좋은 공중화장실을 만들어놓은다해도 이용하는 시민들의 성숙한 의식이 없이는 변화된 공중 화장실의 모습을 기대할 수 없다.

부천시의 중심공원인 중앙공원의 경우 비오는 주말이나 평일에는 화장실이 사무용 빌딩의 화장실 만큼이나 깨끗하다. 하지만 휴일이나 사람이 많이 모이는 날에는 온갖 쓰레기들이 화장실에 쌓이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공중화장실의 시설 개선과 함께 해결해야 할 숙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