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공원의 전선을 절단해 공원 놀이기구를 멈추게 한 전선 절도범이 붙잡혔다.

부천원미경찰서는 놀이공원 및 공사현장의 전선을 훔친혐의(특수절도)로 박모씨(41)를 구속했다고 31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박씨는 지난해 11월부터 부천종합운동장 놀이공원 및 지하철 7호선 공사현장 등에서 새벽시간에 20여차례에 걸쳐 상습적으로 1천500만원 상당의 전선을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박씨는 11년 전 가정불화를 이유로 무단가출해 가족의 실종신고로 법원으로부터 사망자로 간주돼 주민등록이 말소된 상태였다. 가출 후 노동 등 힘든 일도 가리지 않고 성실히 일해왔으나 사망자 신분으로 일자리 구하기가 쉽지않아 생활비를 마련하기위해 과거 전선과 관련된 일을 한 경험을 살려 전선을 훔쳐온 것으로 드러났다.

박 씨는 "사망자로 주민등록이 말소된 상태로는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그저 살아남기 위해서 범죄는 저질렀으나 서민들에게 피해를 주기 싫어 그들의 물건보다는 공공기관이 관리하는 전선을 훔쳐왔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경찰은 박 씨의 딱한 사정을 고려, 29일 헤어졌던 가족과 상봉하게 해주었다. 그를 애타게 찾았던 부모는 이미 세상을 떠났지만 박씨는 형을 만난 자리에서 눈시울을 훔쳤다. 주민등록도 부활해 다시 살아났다. 박 씨는 "이제 홀가분하다며 죄 값을 치르고 나면 새로운 삶을 살 것"이라 말했다.

한편, 경찰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좌절과 고립상태로 한계상황이 불러온 범죄 사례라며 박 씨 같은 사람들을 다시 사회로 복귀시킬 수 있는 제도적 장치와 관심을 통한 사회적 안전망 구축이 절실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