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5일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위증교사 재판 1심 선고가 있던 날이다. 지인들과 점심식사를 하면서 결과를 예측했다. 모두들 법정 구속까지 예견하는 등 유죄를 확신했다. 필자는 혼자서 무죄라고 주장했다.

1주일 전 공직선거법위반 사건에 대해서도 필자는 무죄를 설파하고 다녔다. 그러나 공직선거법위반 1심 재판 결과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의 중형이 내려졌다. 한 번은 틀렸고 또 한 번은 맞췄다.

오늘의 상황처럼 많은 사람들이 이런 내기를 했을 수도 있다. 그런데 필자가 판단하건데 거의 대다수가 유죄라고 확신했을 거라 생각한다.

영장실질심사 과정에서 범죄가 소명되었다는 이유도 들었다. 단순히 공소장으로 범죄 혐의가 소명됐을 뿐 재판과정에서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모르고 한 말이다.

적어도 배웠다는 사람들이, 오피니언 리더라는 사람들이 그럴진대 법 에 문외한인 일반 시민들의 생각도 당연히 그렇게 판단했을 수 있다. 영장실질심사에서 범죄가 소명되어 구속되었다가 얼마든지 3심 과정에서 무죄가 나올 수 있다. 1심에서 무죄 나왔다고 해서 최종 무죄는 아니다. 1심 판결이 모든 것을 결정하지 못한다.

법은 상식을 토대로 만들어졌다.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과 위증교사 혐의는 기억이 핵심 키였다. 우리는 하루 수만가지의 일을 한다. 이 모든 것을 기억하며 살 수는 없다. 며칠 전, 몇 시간 전의 한 일도 기억하지 못할진데 수년 전의 기억을 더듬어서 이야기하는 것을 과연 신빙성있게 받아들여질 수 있을까.

무슨 상황이 발생하여 꼭 기억을 되살려야 한다면 어떤 식으로든 기억을 환기할 필요가 있다. 사소한 문제를 놓고 기억을 소환할 일이 없지만 기억을 환기시켜야하는 상황이라면 정말 중요한 무언가가 있기 때문이다. 이 기억이 누군가에게는 일생일대의 중요한 일일 수 있다. 이 기억이라는 한 마디 한 마디가 사람을 살릴 수 있고 죽일 수 있다. 기억을 환기시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충분히 가늠해 볼 수 있다.

사건에서 이런 기억의 문제는 정말로 중요하게 작용한다. 교통사고에서 사건 당사자들만 있을 때 목격자의 진술이 사건의 전체적인 내용을 가늠하게 한다. 사건에서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바뀔 수도 있다. 그렇다고 오래된 사고의 경우 목격자가 모든 것을 기억해 낼 수 없다. 이럴 때 교통사고 상황들을 정리한 자료를 보게되면 기억이 되살아나는 경우가 있다.

다시 이재명 대표의 위증사건으로 가보자. 언론에 보도된 내용은 이 대표가 “기억나는대로, 있는 그대로 말해달라”고 부탁한 것이 위증교사라는 것이다. 당연히 기억이 나지 않는데 어떻게 기억나는대로 이야기할 수 있을까. 그래서 변론요지서 등 자료들을 보내주었다. 기억을 환기해봐라는 취지일 것이다.

없는 사실을 말해달라고, 거짓으로 진술해 달라고 이야기를 하거나 강요를 했다면 중하게 처벌받아야 한다. 위증은 법 질서를 교란시키는 최악의 범죄다. 이를 교사했다면 더 중한 처벌을 받아야 마땅하다.

필자가 사건에 연루된 적이 있었다. 누군가가 검찰 수사 과정에서 필자에게 고마워서 광고를 줬다고 1, 2차 진술에 분명히 밝혔다. 그런데 이걸로 필자를 사법처리할 수가 없어서 다시 불렀다. 아마도 회유했을 수도 있다. 공교롭게도 누군가라는 대기업 간부는 3차 진술에 광고를 준 것이 잘 봐달라는 취지가 있다고 진술했다. 진술의 번복이었다.

이번 이재명 대표 무죄 선고를 놓고 위증한 사람은 유죄인데 위증을 교사한 사람은 무죄가 나올 수 있냐고 반박하고 있다. 위증을 교사해서 위증한 것이 아니라 사실과 다른 위증을 했다면 위증교사와 상관없이 위증을 처벌받을 수 있음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 누구든지 상황에 따라 진술을 바꿀 수 있다. 필자도 여전히 장담하지만 먼저 광고를 달라고 한 사실이 없이 준 사람도 고마워서 광고해주겠다고 했다. 그래놓고 왜 세번 째 진술에 잘 봐달라는 취지라고 진술했을까.

어처구니 없다. 이 진술로 필자는 처벌을 받았다. 세상은 아니 검찰의 수사가 이렇게 진행되고 있었다. 모든 사건이 그렇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누군가를 잡기위해서 그런 수사가 이뤄져 왔다는 이야기다. 지금도 경찰이나 검찰 수사, 그리고 재판에 억울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힘없고 빽없는 사람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억울해도 어쩔 것인가. 세상이 이런 것을...

필자는 이런 일을 여러차례 당했다. 그럼에도 죽지 않았다. 여전히 건재하다. 그래서 이재명 대표가 당한 일이 안타까울 뿐이다. 수많은 압수수색이 있었다면 과연 살아남을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의문이다. 분노하는 것은 필자 뿐이 아닐 것이다. 과연 정의는 뭘까. 사전적으로 정의(正義, Justice)는 사회를 구성하고 유지하기 위해 사회 구성원들이 공정하고 올바른 상태를 추구해야 한다는 가치로, 대부분의 법이 포함하는 이념이다이라고 했다. 이 정의가 돌고 돈다. 돌고도는 정의가 사라지길 바랄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