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추 진료를 하면서 가장 많이 들어본 질문 중 하나가, 수술을 꼭 해야만 하냐는 것이다. 그 질문을 하는 환자분들의 눈빛에는 ‘제발 다른 방법이 있다고 말해달라’는 듯한 간절함이 있다.

그 누구도 수술을 받고 싶지는 않을 것이기에 의사에게 수술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들은 환자분들은 필사적인(?) 심정으로 인터넷 검색을 하게 되지만 수많은 광고성 글들에 혼돈만 가중되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결국은 주변 가족, 지인들에게 수소문을 하게 되고, 적지 않은 분들이 여러 의사를 만나 다른 치료 방법은 없는지 물어보는 소위 닥터 쇼핑에 이르기도 한다. 지금도 걱정과 근심으로 인터넷을 검색하고 있을 환자분들을 위해 최대한 이해하기 쉬운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려고 한다.

증상이 발생한지 얼마 안 된 경우(3개월 이내)에 교과서적으로도 3개월 정도는 약물처방, 주사치료, 물리치료 등 비수술 치료로 버텨보고 증상이 호전이 없다면 수술적 치료를 고려하라고 되어있다. 

이때 환자분들이 항상 궁금해하는 것이 있는데 이러한 요법들이 근본적인 원인 치료가 되냐는 것이다. 답은 ‘아니요’이다. 척추질환은 기본적으로 퇴행성 질환, 즉 노화이다.

디스크나 협착증이 진행되었을 때 신경이 눌리고 염증이 생겨 통증이 발생하게 되는데, 신경이 지나가는 공간이 좁아졌다고 하더라도 어느 정도까지는 신경이 척박해진 환경에서 적응하여 염증이 가라앉고 통증이 사라질 수 있기 때문에 비수술 치료를 먼저 해보는 것이다. 흔히들 시술이라고 일컫는 방법들도 엄밀하게는 이러한 증상적인 근치를 노리는 치료법에 속한다.

비수술 치료는 근본적인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신경이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치료이다. 디스크 질환이 있더라도 병변이 더 이상 진행하지 않고 염증이 가라앉으면 통증은 사라질 수 있다.

증상이 발생하고 3개월이 지나도 증상이 가라앉지 않는다면 만성화된 통증 단계에 접어든 것이며 비수술 보존치료로 좋아질 가능성은 희박해진다.

교과서적으로는 3개월 이상 증상이 진행되는 경우 수술의 적응증이라고 되어있다. 하지만 신경마비 증상(힘이 안 들어간다거나 감각이 무뎌지는 증상 등)만 없다면 통증 자체에 대한 문제이기에 경미한 통증이거나 본인이 이 정도 통증은 견딜 수 있다고 판단한다면 수술을 하지 않고 비수술 보존치료를 이어나가도 무방하다.

하지만 비수술 치료로 완치되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우며 다만 증상을 최소화하고 관리하는 치료의 개념으로 봐야 한다.

팔이나 다리에 힘이 빠지는 증상, 감각이 무딘 증상이 발생한 경우에는 지체 없이 수술을 해야 한다. 신경 축삭의 손상이 발생하기 시작한 것이기 때문에 이런 경우까지 비수술적 치료로 버티면서 시간을 지체하면 영구 장애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극단적인 예가 ‘마미총 증후군’인데, 허리에서 신경압박의 정도가 너무 심해 다리로 가는 신경과 비뇨기계로 가는 신경이 모두 손상되는 경우이다.

이 경우 회음부(성기 주변, 항문 주변) 감각이 마비되며, 괄약근들이 마비되어 소대변을 보지 못하거나 요실금, 변실금이 발생하며, 발목이 움직이지 않는 족저하수가 동반될 수 있다.

24~48시간 안에 감압해야 하는 신경학적 응급상황이다. 마미총 증후군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팔다리에 힘이 빠지기 시작했다면 빠른 시일 내에 감압 수술을 받아야 장애 발생 가능성을 최소화할 수 있다.

/전영훈 신경외과 전문의 부천21세기병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