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새는 나뭇가지에 앉는다. ‘갈매기는 나뭇가지에 앉지 않는다’라는 말은, 갈매기는 바닷새로 물갈퀴가 있어 나뭇가지를 움켜잡지 못하므로 편편한 곳에 앉아야 한다.

당연하게 나뭇가지에 앉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어, 그렇게 믿으며 확인하지 않는다. 시집 전체를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우리의 삶이다.

갈매기가 나뭇가지에 앉지 않고 자신들의 삶을 살듯 우리의 삶은 개개인이 다르고 환경에 따라 또는 주어진 여건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을 그려낸 이오장 시인의 22번째 시집이다.

70편의 작품이 삶을 천착하여 한 단계 높인 성찰의 결과물이다. ‘시인의 말’을 읽어보면 삶이 무엇인가를 알게 한다.

“22번째 말그네를 탄다/탈 때마다 어지럽고/올라가는 높이와 내려가는 깊이를 재보지만/아직 잣대 하나를 만들지 못했다/백두산 한라산 에베레트산 높이를 알면서/시의 높이를 모른다/그만큼 깊고 높다는 것/누구는 말부림이라 하고/누구는 말장난이라 하지만/내게는 삶의 모든 것이므로/말그네를 탈 수밖에 없고/읽는 이가 말부림이라고 해도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갈매기는 나뭇가지에 앉지 않는다는 삶의 셈법과/삶을 위해 불끈 움켜쥔 샅바를 챙기면서도/산다는 의미는 늘 마당놀이와 같다/찍은 좌표는 까치발이 지워버리고/중심을 잃는 시간의 중타기/깃털을 바로 세워 날아갈 방향을 찾아서/한 번 더 계단을 오른다” 한 편의 시를 쓰듯 써 내려간 자서다.

삶의 정의를 세운 시 ‘높이의 부력’을 보면 “물은 높이의 기준이다/낮은 곳으로 흘러 이룬 수평으로/세상의 높이를 잰다/신분의 차이가 빈부의 차이가 아니듯/높낮이는 정해지지 않는다/봉우리에서 흘러/한자리에 모일 때까지/직선을 고집하지 않는 물/굽이굽이 소용돌이 만들고/곡선에서 손잡고 술래가 되어/하나를 이뤄 평등을 만든다/하늘에 올라 다시 내릴 때까지/둥둥 떠다니며 살피다가/측정한 양만큼/마른자리 적시고 높이를 띄운다”

우리의 삶은 평등이다. 빈부와 신분의 차이는 있을 수가 없으나 실제로는 차이 속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런 불평등의 현실을 물의 철학으로 그려내어 사회에 만연1한 불균등을 타파하려는 의도가 보인다. 그동안 주로 연작시를 써오고 있는 시인은 21권의 시집을 발간하고도 작품을 쓰며 꾸준히 시의 길을 가고 있다.

시인의 삶이 사회를 위하여 무엇을 해야 하는지의 기준을 정한 것으로 보이는 이번 시집은 그중에서도 특별한 의미가 있어 독자의 많은 관심이 기대된다.

 이오장 약력

- ‘믿음의 문학’ 신인상으로 등단

- 한국문인협회·국제PEN한국본부 이사

- 한국현대시인협회 부이사장 역임

- 부천문인회 고문

- 한국NGO신문 신춘문예 운영위원장

- 시 집: ‘왕릉’ ‘고라실의 안과 밖’ ‘은행꽃’ 등 20권

- 동시집: ‘서쪽에서 해뜬 날’ ‘하얀 꽃바람’

- 평론집: ‘창의적인 언어, 언어의 광합성’

- 시평집: ‘시의 향기를 찾아서’

- 제5회 전영택문학상, 제36회 시문학상 등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