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삼모사(朝三暮四).모를리 없겠지만 당장의 이익에만 급급해 미래의 가치를 파악하지 못하는 원숭이의 어리석은 선택을 두고 하는 말이다.

부천무형문화재 공방거리 2단계 조성공사 안건심사를 했던 부천시의회 의원들에게 하고싶은 이야기다.공방거리가 1단계로 9개동의 한옥이 건립됐다.처음부터 말도 많았고 탈도 많았다.이어 2단계 사업이 49억 원의 예산을 들여 15~20개 동의 한옥을 건립한다.3,4단계까지 모두 60개동의 공방거리가 280억 원의 예산을 들여 조성될 계획이다.시는 이곳에 경기문화마을을 유치하기로 했다.홍건표 시장은 김문수 경기도지사와도 애기가 잘되었다고 밝혀왔다.계획대로 이곳에 경기문화마을이 유치되면 부천의 새로운 관광명소가 된다. 

그래서일까  두차례에 걸쳐 보류와 부결을 선택했던 부천시의회가 세번째에는 승인해주었다.상임위 결정대로 원안통과될 줄 알았는데 본회의에서 정당간에 반대토론과 찬성토론이 있었다.결국 표대결 끝에 원안가결되었지만 그동안의 과정에서보면 논란은 끊임없이 제기될 것으로 보여 걱정이다.

시의회 기획재정위원회가 당초 보류와 부결을 했을때만해도 저간의 어떤 사정이 숨어 있었는지 알길이 없지만 나름의 명분이 있었다.시정을 발목잡기 위한 수단이 아닌 객관적인 판단이었던게 분명했다.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전혀 변화된 것이 없는 상태에서 세번째에는 통과된 것이다.안건 심사과정에서 경기문화마을을 유치하겠다는 언급도 없었다.뭐 하나 달라진게 없는것 같은데 뒤집혀졌다.헷갈린다.참으로 궁색한 판단같지만 그동안은 시정발목잡기였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이쯤되면 부천시의회는 스스로 비난을 자초한 셈이다.

안건 통과의 중심에 전반기 의장을 지낸 한나라당 소속의 오명근 의원이 있었다.당초부터 많은 의원들이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해 온 것도 사실이지만 민주당 소속 의원들 말고는 드러내놓고 반대하지는 않았다.그나마 오 의원은 뚜렷한 명분을 갖고 반대해 왔다.이번엔 사정이 달랐다.정치적인 이해 때문인지 개인적인 이해가 깔린 것인지 알수는 없다.

오 의원은 전반기 의장 시절 홍 시장과 잦은 충돌을 빚었다. 두사람은 부천토박이다.지역의 선·후배이다.그런데도 자주 충돌했다. 정치적 경쟁관계(?)라는 시각도 있었지만  싸움에 명분이 있었다.그나마 당시 시의회는 시 집행부(홍건표 시장)로부터 휘둘리지는 않았다.소신있게 의회를 잘 이끌어 갔다.후반기 들어 그는 평의원으로 활동하면서도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많은 역할도 했다.정책을 바라보는 혜안을 가졌다.

그런데 변했다.지난 엑스포 예산심사에 이어 이번 공방거리 안건심사에서 보면 그렇다.왜 변했는지 좋게 생각하고 싶은데 그렇지 않으니 답답할 노릇이다.그는 "공방거리가 애물단지가 될 수 있다"고 분명히 밝혔다.

그럼 뭘까.정책결정에 있어 개인의 가치판단에 따라 행동하지 못하는 정당정치의 한계일까.그렇다고 그냥 넘어갈 수는 없지 않은가.비난을 받을 수 밖에 없다.그는 무형문화엑스포와 공방거리에 초지일관 부정적이었다.요즘 세상에 소신이 밥(?)을 먹여주지 않지만 그래도 소신있는 정치인이 늘 아쉽기만하다.조삼모사로 비유하기가 낮뜨겁고 찝찝하다.변했다기보다는어리석었다고 말하고 싶을 뿐이다.

누구의 잘못을 떠나 분명한 것은 "실패한 행사는 더 이상 안된다거나 사업타당성이 없어 애물단지로 전락될 소지가 있다"는 그럴싸한 명분을 들고 시 집행부를 몰아세웠던 시의회가 어떤 변명을 하며 시민들에게 다가설지 궁금하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