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대한민국 노사는 이른바 ‘통상임금 진통’을 거세게 앓았다. 통상임금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특정 사업장에 국한되지 않았다. 임금의 범위를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문제로 전국민이 관심을 쏟는 데는 그것이 임금수준과 나아가 가계생활에까지 밀접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통상임금이란 근로자에게 정기적이고 일률적으로 소정근로에 대하여 지급하기로 정한 시간급, 일급, 주급, 월급 또는 총근로에 대한 도급금액을 말한다(근로기준법 시행령 제6조 제1항). 평균임금이 사후적, 산술적으로 근로자의 실제 생활임금을 산정하기 위한 개념이라면 통상임금은 사전적, 평가적으로 근로자가 지닌 노동력의 가치를 평가하기 위한 개념이다. 이는 해고예고수당, 연장근로와 야간근로 또는 휴일근로에 대한 가산임금, 연차휴가수당 등을 산정하는 기초가 되며 통상임금의 범위의 확대는 근로자에게는 실질적인 급여상승이자 사용자에게는 인건비 부담으로 이어진다.

 

임금 및 단체협약개정 협상에서 장기간 난항을 겪었던 일부 대기업의 노사는 최근 각각 통상임금을 포함한 선진임금체계 도입을 위한 여러 방법의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주요 산업군에서 합의안이 도출됨에 따라 일각에서는 연초 예상과 달리 통상임금을 둘러싼 노사관계 갈등이 다행스럽게 빗겨갔다는 해석이 나오지만, 분쟁의 위험요인이 여전히 잠재하고 있다는 점에서 안도하기에는 이르다.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포함했던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뿐만 아니라 통상임금 청구 소송은 여전히 진행 중이며 통상임금 확대 법안을 둘러싼 여야간 공방도 난제로 남아 있다.

 

실제로 주요 대기업 노동조합이 상여금과 귀향교통비, 휴가비 등 6개 항목을 통상임금에 포함시켜 달라며 제기한 통상임금 소송의 선고일은 내달로 예정돼 있다. 뿐만 아니라 통상임금에 복리후생비 등 각종 수당을 넣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과 사용자가 소정근로의 대가로 지급하기로 한 일체의 금품을 통상임금으로 정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 역시 계류되어 있다.

 

기존 판례와 행정해석이 근로의 양이나 질과 직접적으로 관련없는 복리후생금품은 임금이 아니라고 보아 통상임금성이 배제하였던 가족수당, 체력단련비, 교통비 등의 항목이 최근 판례에 의해 지급형태상의 고정성과 일률성, 정기성이 인정될 경우 통상임금으로서 인정되는 경향이다. 근로의 대가라는 실질적 요소 이외의 지급형태상의 판단요소를 중시하는 흐름인 셈이다.

 

근로의 대가로서 임금의 실질적 요소뿐만 아니라 지급형태상의 요건을 포함해 폭넓게 통상임금으로서 인정하는 경향을 미루어보았을 때 통상임금을 둘러싼 분쟁은 향후 다양한 보상체계를 통해 동기부여책을 강구하고 있는 경영계 입장에서는 중요한 경영위험 요소이다.

 

이처럼 상당한 사회적 비용을 치르고 있고 지속적인 비용이 예상되는 통상임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근본적 해법으로 ‘임금체계 개편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를 꼽을 수 있다.

 

통상임금을 둘러싼 공방은 산업현장 임금체계의 복잡성과 비합리적인 수당체계로부터 비롯된것이라고 보아도 무리가 아니다. 사업장에서는 임금인상이 이루어질 때 가산임금의 기초가 되는 통상임금에 산입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기본급 인상이 아닌 새로운 명목의 수당을 신설하여 지급하는 경향이 기업현장에서 관행화 되었다.

 

이는 기업현장에서 인건비 총액 중 고정비를 최소화하고 초과근로시간에 대해서는 변동비로서 관리하고자 하는 의도에서 시작되었지만 제수당이라는 명목으로 지급성격이 불분명한 각종 수당이 생겨나고 기업경영성과에 연동하지 않고 지급키로 약속된 형식적인 성과급으로서 ‘정기’상여금이라는 임금체계가 도입됐다.

 

통상임금 청구소송이 줄을 잇고 이로 인해 기업 경영상 인사노무 관리비용이 증가하는 지금 단순히 현재 급여체계 중 정기상여금 또는 어떤 항목의 수당을 통상임금으로 포함시킬 것인지를 결정하는 수준으로 해결되기는 어려워보인다. 근본적으로 임금 구성체계와 임금수준을 합리적으로 결정할 것인지에 대한 중장기적인 접근없이 사후적으로 이루어지는 사법적 판단에 의지하는 것은 더 큰 비용을 초래하는 미봉책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상임금을 둘러싼 사회적 논의는 여전히 관련된 개별법 개정, 통상임금성 및 신의칙 적용에 관한 법적 해석 문제 등 사후적 판단에 갇힌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노사간 자율적인 결정을 통해 선진임금체계를 마련하겠다는 단서로 유예된 기업현장의 통상임금 갈등은 임금체계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와 변경 없이는 근본적인 해결이 될 수 없다는 점을 거듭 기억해야 할 필요가 있다.

 

통상임금은 향후 근로시간단축과 정년연장 등 기업의 경쟁력이자 근로자의 실익, 나아가 사회적 가치창출 등의 문제와 모두 맞물려 있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통상임금 문제의 근본적 해법을 찾기 위한 임금체계논의가 본격화될 수 있도록 체계적 지원이 시급히 요구된다. /고용노동부 부천지청 이승섭 근로감독관